음식배달하며 5억 매출, 24시간 PC방 운영하는 청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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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8,339 등록일등록일: 2024-02-05본문
코로나를 거치면서 PC방들이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식음료 강화다.
서울 영등포에는 ‘찐’ 음식배달로 유명한 PC방이 있다. PC방은 규모가 커서 임대료 부담이 적지않은데 이 매장은 24시간 PC방에 음식판매와 배달을 강화했다. 덕분에 코로나도 잘 이겨내고 지금은 음식과 PC방 매출이 5대5에 이를 정도로 정착했다. 주인공인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에는 타코장인, 닭강정장인, P씨네24시부엌, 장인라면, 짜파구리연구소, ENFP불독의 24시 등 입점한 브랜드가 7가지나 된다.
오픈초기에는 월 7천만까지 매출을 올렸는데 코로나 시기에 2천만원까지 매출이 하락했다가 작년에는 5억원대 매출을 올렸고, 매출은 계속 상승세다.
PC방이 배달음식점과 결합하면 가장 까다로운 게 주문결제 응대와 식자재 관리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2023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2023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참여해 키오스크와 음식점 재고관리 프로그램 도입했다. 덕분에 매출은 10% 이상 상승하고 식자재 주문과 관리는 훨씬 편해졌다.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의 사장은 3명이다. 투자만 하고 이익금을 배당받는 윤지원(49세)씨와 공동투자자인 장성덕(28세), 이영재(24세) 씨다. 두 사람은 각각 5천만원씩 투자하고, 매장에서 일도 한다. 세 사람은 어떻게 협업하고 있을까? 또 배달음식점이 컬래버레이션 된 PC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허리 부상으로 수영 선수의 꿈을 접다
이영재씨는 수영 선수였다. 유치원생일 때 소질을 발견하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영을 했다. 체육중학교와 체육고등학교를 다니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 중학교 3학년인 16세에는 전국체전에 나가서 3등을 하기도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대회가 끝나고 얼마 후 허리디스크가 발생했다. 허리가 안 좋아지면서 훈련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그런 날이 오래 되면서 슬럼프가 왔다.
슬럼프는 고등학교에서도 계속됐다. 중학교 3학년 때 자신이 세운 기록을 깰 수 없었다. . 수영은 기록의 스포츠다. 한계치를 넘어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재활을 하며 다양한 노력을 해봤는데 안 됐다. 결국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수영도 1등이 아니면 알아주지 않았다. 조금 빠른 듯했지만, 그만둘 거면 하루라도 서두르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수영선수의 꿈을 접었다.
◆PC방 아르바이트 하다가 투자 제안
수영을 포기한 후 이영재씨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이버대학교에도 등록 해서 공부를 병행했다. 월급의 50% 이상을 저축하며 열심히 살았다. PC방 프랜차이즈 <피씨앤푸드 남양주점>에서 2년 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우연히 가맹본사 대표와 투자형으로 PC방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윤지원 사장을 만나게 됐다. 그것이 이영재 사장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영재 씨는 언젠가 자신도 PC방을 창업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 때 마침 투자형 PC방 운영을 원하는 윤지원 씨를 만난 것이다.
이 PC방 운영 전반을 대해 배울 기회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운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투자로 파트너가 되고 싶었다. 좀 더 책임감 있게 경영하고 싶었던 것이다. 함께 투자도 하고 일도 할 파트너도 구했다. <피씨앤푸드> 다른 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장성덕 씨(28)이다. 두 사람은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에 각각 5천만 원을 투자해 지분을 갖고 경영을 맡아서 하기로 했다.
◆코로나 직격탄...매출 50% 하락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은 2019년 3월에 문을 열었다. . 영등포역에서 3분 거리, 타임스퀘어 맞은편이라 입지가 좋다. 건물 3층에 위치해 있고, 본관과 별관 합쳐서 120평 규모다. 본관과 별관은 마주보고 있다. 창업비용은 보증금 8천만 원을 포함해 총 4억 원 정도가 들었다. 윤지원 씨가 3억을 투자했다.
매장 입지가 좋아 첫 달 매출이 7000만 원이나 됐다. 그 매출이 꾸준히 유지 됐다. 2020년에 합류한 이영재, 장성덕 사장은 의기투합해 미래 청사진을 그리며 PC방을 잘 꾸려나갔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다.
PC방은 직격탄을 맞았다. 매장에서 음식은 물론 물도 섭취가 안 됐다. 좌석도 한 칸씩 떨어져 앉아야 하고, 흡연실 운영도 못 했고, 10시면 문을 닫아야 했다.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다.
영업이 잘 돼 한껏 고조되어 있던 두 청년은 실의에 빠졌다. 그러나 이대로 폐업을 할 수는 없었다. 가맹본사와 머리를 맞댄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음식 배달이었다.
이전에도 휴게음식점을 내고 PC방에서 간단한 식음료를 파는 것은 일반적이었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변경해 본격적으로 음식배달을 하는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는 고객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게 음식배달업이었다.
이 때 생겨난 것이 <타코장인>, <닭강정장인>이라는 배달 브랜드이다. 두 청년사장은 음식을 배달하면서 간신히 버텼다. 그렇게 버틴 지 1년 정도가 지났다. 모든 일은 끝이 있다.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PC방에 손님이 모이고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은 이제 평일에는 하루에 150명, 주말에는 300~400명의 고객이 찾아오는, 영등포에서 잘 나가는 PC방으로 자리잡았다.지난해 연매출은 5억 원대이다. 식음료와 PC방 매출이 5대 5 수준이다. 비결이 무엇일까?
◆꼬들꼬들한 라면...음식점보다 퀄리티 높은 PC방음식
첫째, ‘PC방 맞춤 음식’이다. 요즘 대부분의 PC방에서는 음식을 함께 판매한다. PC방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식은 단연 ‘라면’이다.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에는 기본 라면 외에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처럼 퓨전라면을 개발해 판매하는데 이게 인기가 있다. 틈새라면과 불닭볶음면을 혼합한 ‘불새라면’도 잘 나가는 메뉴다.
라면을 조리할 때는 원칙이 있다. 너무 퍼지지 않게 조리하는 것이다. PC방에서는 손님들이 라면을 먹을 때 게임을 하면서 천천히 먹기 때문에 면이 완전히 퍼진 채로 나가게 되면 먹는 동안 퉁퉁 불어버린다. 그래서 꼬들꼬들하게 조리해서 나간다. 이게 바로 PC방 맞춤 음식’이다.
둘째, ‘음식 퀄리티’이다.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의 음식 퀄리티는 식당 못지 않다. 닭강정도 직접 반죽해 튀기고, 타코야키도 전문점 수준이다. 덮밥이나 라면에 올라가는 달걀도 ‘수비드 방식’으로 익혀서 나간다.
셋째, ‘간단한 레시피와 식재료의 호환’이다.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의 메뉴 수는 100여 가지다. . 덮밥만 20가지, 라면도 15가지다. 그 밖에 튀김을 비롯한 분식류도 다양하고, 음료도 25~30가지다. . 메뉴 가격은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이영재 사장은 3~4평 밖에 안 되는 좁은 주방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퀄리티 있게 조리하기 위해 최대한 레시피를 단순화하고 메뉴별로 식재료가 호환될 수 있게 구성했다. 소스도 다양하다. 레시피가 간단해 직원이 하루만 교육받으면 모든 메뉴의 조리가 가능하다. 메뉴 개발은 본사에서 절반, 영등포점에서 절반 정도 맡고 있다.
가맹본사의 아이디어로 음식배달업을 시작했지만 이영재사장의 매장이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가맹점까지 이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 PC방의 푸드코트를 휴게음식점에서 일반음식점으로 전환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영등포 매장의 성공에 힘입어 가맹본사는 식음료 브랜드를 개별 브랜드로 런칭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본관과 별관의 인테리어 차별화로 다양한 고객 취향 접수
넷째, ‘고객 취향을 존중한 인테리어 차별화’다.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다. 본관 문을 열고 나가면 별관으로 이어진다.
본관과 별관의 인테리어는 다르다. 본관은 조명을 밝게, 별관은 어둡게 했다. 밝은 곳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본관으로, 어두운 곳에서 게임을 하고 싶으면 별관으로 가면 된다. 고사양의 게임을 하고 싶은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좌석’도 20개 정도 마련되어 있다.
다섯째, ‘청결’이다. 이영재 사장이 음식의 퀄리티 만큼 신경 쓰는 게 바로 ‘청결’이다. 평일에는 150명, 주말에는 300명 이상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오고가는 PC방이기 때문에 청소를 수시로 한다. 홀과 책상 뒤편의 먼지까지 제거 하고 책상과 키보드, 마우스 등을 매일 삶은 행주에 소독수를 뿌려 닦고 있다.
◆동업자와 업무 분담으로 효율 높여
여섯째,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다. 이영재 사장과 장성덕 사장은 맡은 업무가 다르다.
이영재 사장은 메뉴 개발, 마케팅, 업체 미팅, 매출 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 매장 출근은 주 2~3일 정도 한다. 그 외에는 외근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한다. 장성덕 사장은 주 6일 정도 매장에 나온다 고객응대, PC관리 등을 맡고 있다. PC방의 모든 컴퓨터는 장성덕 사장이 조립해서 만들었다. 고장관리도 장 사장이 한다.
이렇게 업무가 분담돼 있어크게 부딪힐 일은 없다.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 간혹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협의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최선의 선택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이영재 사장과 장성덕 사장은 기본 월급을 받고 투자금액에 따른 이익금도 분배받는다 소득은 매월 다르지만 평균 400~500만 원 정도다.
◆깃발 꽂는 대신 배달비 할인으로 일석이조 효과
일곱째, ‘합리적인 마케팅’이다.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은 코로나 때부터 배달을 시작해 현재까지 배달을 하고 있다. 배달 매출은 월 1500~2000만 원 정도다. 비중이 크기 때문에 마케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보통 식당들이 배달 플랫폼에서 5개 이상의 깃발을 꽂는다. 깃발 한 개 당 8만 원대 비용이 들어간다. 이영재 사장과 장성덕 사장은 이 비용을 내고 깃발을 꽂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깃발을 한 개만 꽂고 대신 고객의 배달비를 1000~2000원 정도 할인해 주는 것이다. 오히려 이 방법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리뷰 이벤트도 한다. 고객이 리뷰를 쓰면 과자, 음료, 튀김, 떡꼬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밖에 중고거래 플랫폼의 카테고리에도 가게를 홍보하고 있다. 한 달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은 100만 원 정도다.
◆매출 10% 상승한 비결은?
여덟째, ‘스마트 기술 도입’이다. <피씨앤푸드 영등포점>에는 7~8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하고 있다. 모두 20대 초반으로 남녀 비율은 반반이다. 업무 계획을 짜서 하루 4명 씩 출근하는 시스템이다. 24시간 운영이기 때문에 오전에 1명, 오후에 1명, 오후에서 야간으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1명, 야간에 1명이 근무한다.
입사하면 6개월 정도 일을 해보고, 꿈이 있고 야망이 있는 직원은 정직원으로 전환한다. 현재 정직원 준비 중인 수습생 한 명이 있다.
가장 곤란할 때는 직원의 갑작스러운 결근이다. 요즘처럼 코로나와 독감이 유행할 때는 더욱 그런 경우가 많다. 직원이 결근하면 장성덕 사장이나 이영재 사장이 대체 근무를 한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키오스크’와 ‘재고관리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2023년 스마트상점기술보급사업’에 신청해 선정이 됐다.
키오스크로는 음식 주문과 포장 주문을 할 수 있다. 스마트상점 기술 도입 전에는 고객이 사용하는 PC를 통해서나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음식을 주문했는데 키오스크 도입후 주문결제 업무가 줄었다. PC방을 이용했던 고객들이 음식을 테이크아웃 해가기도 하는데 키오스크 도입후 포장 주문이 10% 정도 늘었다.
재고관리시스템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음식점 운영에서 가장 힘든 것중 하나가 식자재 재고관리다. 메뉴 수가 많은데 각 메뉴의 판매량에 따라서 식자재 발주 시기가 다르다. 자칫 식재료가 없어서 조리를 못할 수도 있다. 이번에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을 통해 도입한 프로그램은 식자재와 레시피를 입력하면 판매량에 따라 부족한 재고에 대한 알림이 온다.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식자재 발주를 놓쳐서 음식을 못팔거나 유통기한이 지나서 식자재를 버려야 하는 경우가 줄어들어 로스율이 감소했다. 직원들이 야간에 재고파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도 절약된다. . 키오스크와 재고관리시스템이 직원 한 명몫 이상은 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직원의 결근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식자재 관리가 편리해져서 숙련도가 낮은 아르바이트만으로 운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 기술 도입에 들어간 자부담비는 150만 원 정도다. 기술도입 비용의 70%를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5층 건물을 내 브랜드로 채우는 것이 꿈
최근 PC방들은 점점 식음료를 강화하고 있다. 정육점과 PC방을 결합해 고기를 팔고 고기도 구워주는 곳도 생겨났다. 이영재 사장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당장 건물 1층의 과일가게와 제휴해 숍인숍으로 과일 브랜드를 들여올 계획이다. 또한 한식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구상하고 있다.
이영재 사장에게 창업은 도전이다. 수영선수를 그만두게 됐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두드리자 기회는 찾아왔다. 그 기회를 잡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한 건물을 내가 만든 브랜드로 채우는 것이다. 더 나아가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그런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PC방 성공에서 PC사양과 쾌적한 공간의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요즘 PC방의 변화는 더욱 다채롭다. 단순히 끼니를 떼우는 수준이 아니라 식당에 도전장을 내미는 수준으로 음식을 제공하거나 코인노래방, 비어존, 포토존은 물론 지능화된 서비스와 콘텐츠가 결합된 복합공간도 등장하고 있다. PC방처럼 규모가 크고 복합적인 공간은 초기투자가 많이 드는 만큼 투자비 회수계획과 운영 효율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스마트상점 기술을 활용한 운영과 통제는 갈수록 복합공간으로 진화하는 PC방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내 사업을 한다는 것, CEO의 탄생,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 다수. KFCEO과정, 부산프랜차이즈사관학교, 대구경북FC리더 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