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평에서 창업, 참기름카페로 연35억 매출
페이지 정보
조회:8,198 등록일등록일: 2024-05-09본문
카페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골목 골목 카페가 들어서 있는 요즘 숫자가 늘어나는만큼 이색적인 카페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동대문에 가면 아주 이색적인 카페가 있다. 공장형 참기름카페다. 1층에는 판매장을 겸한 카페 공간이고 2,3층에는 도심형 참기름 연구실과 공장이 있다. 프리미엄 참기름 랜드마크인 이 곳은 ‘쿠엔즈버킷’ 사옥이다.
이 브랜드는 올해 참기름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5월 말 전주에 가맹1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2013년 아파트상가의 11평 규모 반지하 매장에서 출발한 쿠엔즈버킷은 창업 1년차에 8천8백만원 매출을 올렸으며, 2년차에는 2억5천만원, 3년차에는 8억8천만원, 2023년에는 35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2024년 매출 목표는 68억원이다.
평범한 직장인 출신 퇴직자가 참기름방앗간을 창업해 참기름카페 사업에 도전해서 열정을 태우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평범한 직장의 2막 인생 창업 도전
40대가 되면 누구나 막연히 노후대비를 생각하게 된다. 박정용 대표(54세)도 그랬다. 그가 생각한 사업은 퇴직후 밀림에 가서 화장품 오일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대규모가 아니라도 가능했고 유럽이나 일본 등에 유명한 향료 회사가 많아 수요도 지속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직장인 식품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면서 화장품용 오일이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바뀌었다.
그 회사에서 박 대표가 했던 일은 지역 식품을 발굴해 마케팅과 유통을 지원하는 것이었는데 고온압착 방식으로 만드는 참기름을 저온착유 방식으로 바꾸면 건강한 프리미엄 기름을 제조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장품 오일 사업을 염두에 둘 때부터 오일 추출 장비를 계속 알아보고 있었는데 대상이 식용 기름으로 바뀐 것이다. 국내외에서 올리브오일처럼 참기름을 저온착유할 수 있는 기계를 찾기 시작했다. 방앗간에서 6개월간 일을 배우기도 했고, 해외와 컨택하며 관련 장비를 물색하고 전국을 다니며 시장 조사를 했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용기를 낸 비결
누구나 창업을 고민하고 준비도 할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우리 인체는 불포화지방산을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불포화지방산은 세포막 구성과 신경물질 전달체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 뇌의 80%는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지방을 살이 찌는 칼로리와 영양소로만 생각하지만 지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건강에 더 중요하다. 박 대표는 좋은 지방을 섭취하면 건강기능성 식품을 먹는 것보다 더 빨리 몸이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식물성오일인 들기름과 참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문제는 착유방식인데 착유방식을 바꾸면 더 건강한 프리미엄 오일을 공급할 수 있다. 그것이 참기름 들기름 사업에 도전하게 된 동기다.
◆11평 매장에서 창업, 3년만에 매출 10배 성장
박정용 대표가 창업에 도전한 것은 2012년이었다. 4천만 원을 투자해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서울 구로 쪽에 싸게 나온 사무실을 얻어서 기계를 구입해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연구했다. 막연하게 이런 방식으로 하면 될 거다,라고 생각해서 도전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기름을 짜는 기계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기름을 추출하고자 했는데 생각과 달랐던 것이다 어렵사리 그가 생각했던 방식과 가장 근접하게 기름을 짤 수 있는 기계를 수입해서 2013년 1월 역삼동의 아파트 단지 부근 오래된 반지하 상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매장은 11평이었다. 제조 면적은 5평이고, 판매 면적은 6평이었다 이전에 연탄 창고로 쓰던 곳인데 거기에 참기름 방앗간을 연 것이다.
하지만 첫 달에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제대로 착유되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착유가 제대로 안되니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정상적인 착유가 시작된 것은 한 달 뒤였고, 2013년 3월 정식으로 매장을 오픈하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년 차에는 월 70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려서 연 8800만 원 정도의 성과를 냈다. 2년 차에는 2억 5천만 원 매출을 올렸고 3년 차에는 8억8천만원 매출을 올렸다. 창업한 지 3년 만에 매출이 10배 가량 상승하는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요란한 마케팅 대신 고객 한 명 한명에게 정성을 다하다
가파르게 매출이 상승했지만 정작 박정용 대표가 특별히 했던 마케팅은 없었다.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온 정성을 다했다. 좋은 제품과 정성스러운 응대 덕분에 구매자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사업이 확장되었다. 품질이 좋은 국내산 참깨와 들깨를 사용하고, 저온착유방식으로 제조한 기름은 고객이 먼저 알아봤다.
처음에는 동네 주부들이 주고객이었는데 점차 고객층이 확장됐다. 이듬해에는 기업이나 결혼 행사 등의 답례품 선물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년 차에는 백화점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했는데 처음에는 고객들의 거부감이 심했다. 백화점에서 작은 티스푼으로 참기름 시식을 하는 것에 대해 고객들은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한번 시식을 하고 맛본 사람들의 70, 80%는 고객이 되었다.
◆빠른 방법 대신 원칙과 전통을 고수하다
3년 차인 2015년 3월에는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했다. 겨우 작은 가게 하나운영하는 브랜드가 명품관 입점이 가능한 데는 고객의 도움이 있었다. 평소 매장에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사던 고객이 본인이 거주하는 집 앞 슈퍼에 가보라고 했는데 그게 바로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이었다. 박정용 대표는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제안을 했고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입점할 수 있었다
아파트 상가 반지하 11평짜리 참기름 방앗간이 벡화점에 팝업샵을 운영하고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할 수 있던 비결은 제품력 덕분이다
우리나라 참기름이 고온에서 참기름을 만들게 된 이유는 온도를 높일수록 기계 고장이 적고 한 병이라도 더 기름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래 둬도 향이 강하다. 하지만 고온으로 압착하게 되면 발암물질 발생 등 여러 가지 건강 이슈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입소문의 비결은 이 것
쿠엔즈버킷은 저온 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짠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했고 주변에서는 포기하라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고집을 지켰는데 그게 제품력을 인정받게 된 비결이다.
고온 압착 방식을 통하면 기름의 맛과 향이 강하다. 그래서 기름 맛이 음식에 맛을 덮어 버린다. 반면 저온착유 방식은 맛이 순한 반면 음식의 원재료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기름을 생산하면 품질을 통일시키고 획일화할 수 있지만 참깨와 들깨의 신선함과 원산지에 따른 차별화된 맛을 느낄 수는 없다. 저온 착유를 하면 한결같은 맛을 낼 수는 없지만 마치 원산지에 따라 커피 원두의 맛이 다르듯이, 또는 수제 맥주가 재료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제공하는 것처럼 참깨와 들깨의 신선함과 지역에 따른 다양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쿠엔즈버킷이 매년 매출을 상승시키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품질을 체험한 고객들의 추천과 입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참기름의 랜드마크가 된 사옥 건믈
창업할 무렵 박 대표는 40대 중반이었는데 지금은 50대 중반이 됐다. 창업 초기 낯선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 전 직장 동료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거절하던 동료가 창업 후 사업에 합류하면서 서로 의지가 됐다.
2015년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제품의 품질에 중요한 원재료 구매 전문성이 강화됐다. 식자재 구매 전문가인 고등학교 후배가 이 무렵에 사업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사업이 한창 성장할 무렵 역삼동에 있는 매장을 정리하고 동대문에 작지만 멋진 자체 사옥을 마련해서 사업장을 이전했다. 역삼동 매장이 있던 상가가 재건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동대문 사옥은 자그마한 건물인데 2, 3층에서는 제조와 연구를 하고, 1층은 카페형 판매장으로 사용한다. 동대문역사공원역 대로변 안쪽에 있는 이 건물은 외관만 보면 멋들어진 미술관이나 갤러리같다. 이 건물의 외관은 기름이 필터로 여과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고 멋진 사옥은 쿠엔즈버킷의 명성을 더해주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과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해외 유명 셰프나 푸드관계자, 관광객도 이 곳을 찾는다. 2016년에는 전북 익산에 공장도 설립했다.
◆선물용 수요, B2B 거래 증가
식품 사업은 마케팅이 중요하다. 하지만 쿠엔즈버킷은 마케팅보다는 고객들의 입소문으로 성장했다.
2023년 매출이 35억 원이었는데이 중에 오프라인 매출이 70% 온라인 매출이 30%다.
쿠엔즈버킷 제품은 고온으로 압착한 국내산 참기름보다 1.3 내지 1.5배 정도 더 비싸다. 200ml 가격이 44,000원대이다. 수입산 재료로 만든 참기름 보다는 4~5배 정도 더 비싸다.
더 비싼 가격이지만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일반 고객 외에 선물 세트와 B2B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 가정에서 먹기 위해서 제품을 구입했던 고객이 비즈니스나 행사용품으로 구입했다. 프리미엄 품질덕에 '강남 참기름'으로 명성을 날렸고, 그 덕에 백화점 등에 입점할 수 있었다.
또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들이 쿠엔즈버킷 제품을 사용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고급 음식점에서 쿠엔즈버킷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참기름으로 음식의 맛을 덮는 게 아니라 저온착유 참기름은 맛이 순수해서 식재료가 가진 원래의 맛을 살려 미각을 더 섬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고급 음식점은 물론이고 급식에서도 쿠엔즈버킷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 유명 셰프나 레스토랑에도 알려져 해외 수출도 한다. 이렇게 B2B 수요가 늘어나면서 쿠엔즈버킷도 국내산 참기름 들기름 외에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쿠엔즈버킷의 경우 수입산 제품도 시중의 수입산 제품보다는 훨씬 품질이 좋다. 고온 압착이 아니라 저온착유로 만들고 수입산이지만 원료의 신선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수입산이라도 오랫 동안 배를 타고 오는 재료는 방부제 등을 많이 쓰는데 쿠엔즈버킷은 수입산 원재료라도 신선한 제품을 사용한다.
◆2024년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확장에 도전
올해 박정용 대표의 가장 큰 목표는 참기름카페 가맹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5월 말에 전주에 가맹1호점이 개설될 예정이다. 전주 고궁담이라는 4층짜리 한정식집의 1층에 매장이 오픈된다.
박정용 대표는 역삼동 첫 매장을 운영할 때 11평에서 9억 원대까지 매출을 올려 본 경험이 있다. 가맹점의 매출 목표는 사업 첫 해 3억~4억원이다.
참기름 카페의 원재료 비율은 52% 선이다. 인건비율은 20%선이다. 순수익률은 18~20%인데 매출이 커질수록 순수익률은 높아진다. 역삼동 매장에서 연간 8억8천만 원 매출을 올렸을 때 순수익은 1억9천만 원 정도였다.
월 매출이 4000만 원일 때 전기세는 월 50만 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 매장 규모는 15평이 적당하다. 15평 안에 참기름 제조 공간은 7평 정도면 된다. 15평 공간을 식품제조와 커피 음료 디저트 판매 공간으로 분리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착유 과정에서 나오는 깻묵에는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은데 그 것으로 디저트 크래커를 만들어서 판매한다. 고온이 아니라 저온으로 압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매장 창업 비용은 장비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코노미형이 8천만 원대, 프리미엄형이 1억3천만 원대다.
박정용 대표는 2015년 이후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기술보증기금과 KDB 인프라자산운용, 매일홀딩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를 받은 이유는 제조 공장 설립과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정용 대표는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업을 하면서 생명공학 석사 학위를 이수했다.
요즘 K콘텐츠의 인기를 타고 K푸드도 인기 상한가이다. 박정용 대표의 바람은 전국에 120개의 도심형 참기름 공장형 카페를 확장하고, K참기름을 세계가 인정하는 프리미엄 오일로 성장시키고 수출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5일 정도 가맹본사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가맹본사는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전수해서 사업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제품 원료를 100% 공급하고, 사업에 필요한 디자인과 포장지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매장에서 만들 수 없는 검은깨참기름이나 호박씨기름, 국내산 된장 고추장 간장 디저트 등의 제품도 공급한다.
◆이경희의 원포인트
산업시대에는 효율성과 생산성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은 진정성의 시대다. Z세대들은 ‘진심’을 중요하게 여긴다. ‘진심’은 진짜 제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고온압착 방식은 건강이나 품질보다 효율성을 통해 가치를 창조한다. 저온착유는 제품의 진정성을 통해 가치를 창조한다. 때로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감으로써 숨어있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주변을 살펴보자. 너무 익숙해서 한번도 뒤집어보지 않았던 곳에 숨은 가치가 누군가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저서 <CEO의탄생> < 내사업을 한다는 것>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