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탐방-타코야끼] 부산 명장동 ‘타코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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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코로나19 사태도 끝나가면서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자영업자들도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한도의 한숨을 내쉰다. 부산 명장동에 위치한 타코야끼 전문점 타코칩스에도 한동안 뜸했던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타코야끼를 먹으며 다양한 피규어를 접할 수 있는 이색복합매장인 타코칩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부산에서 타코야끼가 가장 싼 집
타코야끼는 일본 요리 중 하나로, 밀가루 반죽 속에 문어를 넣어 지름 3~5cm 정도로 둥글게 구운 요리이다. 배는 고픈데 밥 먹긴 부담스럽고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간식이다. 그냥 먹어도 좋고 맥주안주로도 제격이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타코야끼를 부산에서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명장동의 타코야끼 맛집 ‘타코칩스’이다. 6알에 2000원, 36알에 10000원이다. 이곳의 타코야끼는 주인장인 이상범 사장(37)이 직접 레시피를 개발했다.
시원한 생맥주 한잔과 함께 먹는 타코야끼는 지친 시름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타코야끼 외에도 감자튀김과 치킨, 오뎅을 튀긴 디스코오뎅도 별미다.
푸드트럭 창업에 실패, 방황하다가 시작한 타코야끼 전문점
타코칩스의 이상범 사장은 창업하기 전 여러 굴곡을 겪었다. 각종 아르바이트와 10여 년간의 대형유통회사를 거쳐 슈퍼마켓 점장으로도 일을 했다. 그러다가 30세에 푸드트럭 창업에 도전했는데 창업 2주 만에 그 자리에서 쫓겨나서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자본금이 금세 바닥나서 결국 처분하고 말았다.
한동안 방황을 했지만 이 사장은 오래 주저앉지 않았다. 동네에 작은 분식집에서 타코야끼를 굽는 직원을 구하는 것을 보고 무작정 박카스를 사들고 가서 타코야끼 만드는 법과 창업 정보를 얻게 된다. 그 뒤로 3평짜리 허름한 공간에서 열심히 장사에만 몰두했다. 당시 장사가 너무 잘돼 대박 사업가의 반열에 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시련은 또 찾아왔다. 건강이상으로 장사를 잠시 쉬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사업창업사관학교 6기로 들어가 피규어와 음식점을 합친 아이템으로 지원금 2천만원을 받아서 2018년 지금의 타코칩스를 차리게 됐다.
코로나19로 떨어진 매출, 배달로 활로를 뚫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11평 규모의 타코칩스의 메뉴 경쟁력을 기반으로 상권 입지가 불리한데도 솔솔한 수익을 냈다. 점포 임차료가 저렴했고 1인 사업인데다 원가율이 45%정도라 수익에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직장생활과 비교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내가 좋아하는 취향대로 가게를 꾸려나갈 수 있어 성취감도 맛봤지만 코로나19같은 사태가 일어나자 직장 생활이 낫지 않겠나하는 후회감도 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이 타코야끼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배달의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비대면 소비의 증가를 보며 배달로 눈을 돌렸다.처음에는 주문이 거의 없었지만 배달 3주차인 요즘은 70건 가까이 주문이 들어온다. 배달 객단가는 15000원에서 17000원선. 이 사장은 요즘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말을 다시금 깨닫는다.
다양한 피규어와 고소한 타코야끼를 맛볼 수 있는 복합매장!
타코칩스를 찾는 주 고객층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그리고 20~30대 젊은층이 많다. 저녁 시간에는 맥주와 타코야끼를 즐기는 20~30대 젊은이와 중장년 주민들이 많다.
외진 곳에 위치해서 신규 고객보다는 98%가 단골들이다. 어린 고객들이 타코칩스에 오는 이유는 맛좋은 타코칩스를 먹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다양한 피규어를 보기 위해서다. 가게 벽면이 온통 각양각색의 피규어로 전시돼있어 한 시간씩 머물다가 가는 어린 고객들도 있다.
이 사장이 피규어를 전시해 놓은 것은 손님들에게 지루함을 덜어주고 잠시 머물다가는 가게이지만 작은 볼거리와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여기서 이 사장의 장사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상범 사장은 장사를 물건과 돈을 주고받는 계산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한다. 손해 본다는 마음, 고객에게 서비스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부산 동래구 명장동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타코칩스에 손님들이 찾는 이유일 것이다.
이 사장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재미있는 장사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타코칩스를 치면 이 사장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틈틈이 영상을 만드는 이유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음식만 하고 파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가게가 되는 것이 이 사장의 바램이다.